가만히 거울 안의 나를 바라보다가
쾅 하는 소리가 내 귀에 닿은 찰나
무슨 일이 벌어진지 파악이 됐네, 싹다
찌그러진 본네트, 튕겨나간 앞차
근데 이상하게 난 아무데도 안 아파
술 때문인가? 아니면 아까 먹은 약빨?
약빨? 알약. 아, 잠깐
빨리 도망가야 돼, 당장, fuck!
카메라 없지? 천만다행
현금으로 적당하게 해결한단 게
불가능하겠지. 강남대로 앞이 아닌 게
또 다행. 목격자? 저기 하나 있네
새벽 산보 나온 할머니 한 분
여든은 되여보이셔. 침침한 눈
번호판 따위를 봤을 리가 없을 것
앞차 운전자가 정신 차리고 눈을 떠
나를 보기 전에 차를 돌려야 돼
뭐야? 내 몸이 컨트롤이 안 돼
내일이 앨범 나오는 날인데
친구들 불러서 쏘는 날인데
아, 피. 차가운 기류
뭐지? 앞차가 움직이네
사라진...